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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야》 리뷰 – 폐허 속에서 인간성을 되묻다 영화 《황야》는 문명 붕괴 이후의 세계에서 인간성과 공동체의 의미를 질문하는 작품이다. 아름답지만 차가운 이 영화는 현대인의 외로움과 희망을 황량한 풍경 속에 투영한다.폐허가 된 세계에서 피어나는 질문들영화 《황야》는 전형적인 포스트 아포칼립스 영화의 외피를 입고 있지만, 그 중심에는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 질문이 놓여 있다. 세계가 무너진 이후에도 남아 있는 건 무엇인가. 사랑일까, 생존일까, 혹은 인간다움이라는 이름의 마지막 윤리일까. 감독은 인위적인 설명을 배제한 채, 차갑고 건조한 화면으로 관객을 황폐한 세계 속에 던져 넣는다. 우리가 익숙히 봐왔던 종말 이후의 세계—총과 피, 혼돈과 파괴—와는 다르다. 《황야》는 침묵과 고요, 그리고 아주 천천히 스며드는 공포와 감정의 파동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2025. 4. 18.
《파묘》 리뷰 :: 이 무덤, 파면 안 되는 거였어요 한 번 묻힌 건, 그냥 묻어두는 게 좋다. 하지만 영화 《파묘》는 그 말의 의미를 가장 극적으로, 섬뜩하게, 그리고 한국적 감성으로 되살려냈다. 《검은 사제들》, 《사바하》 등 한국형 오컬트를 개척해 온 장재현 감독이 이번엔 아예 ‘무덤’을 파헤친다. 그것도 풍수, 무속, 장의까지 동원된 ‘한국 전통 종합공포 세트’로 말이다. 이 영화, 괜히 건드렸다간 진짜 큰일 날 것 같은 분위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팽팽하게 끌고 간다.풍수지리와 공포의 크로스오버 – 무덤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파묘》는 미국에 거주하는 한 가문의 의뢰로 시작된다. 알 수 없는 불운이 대대로 이어지는 집안.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무속인 화림(김고은)과 봉길(유해진)은 이들을 돕기 위해 한국으로 들어오고, 풍수지리 전문가 김상덕.. 2025. 4. 18.
《도그데이즈》 리뷰 – 상처받은 마음을 어루만지는 반려견과 사람들의 이야기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은 점점 더 서로를 외면하고, 외로움은 깊어진다. 누군가와 눈을 맞추고 마음을 나누는 일이 점점 어렵게 느껴질 때, 말없이 곁을 지켜주는 존재가 있다. 바로 반려동물이다. 2024년 2월에 개봉한 영화 《도그데이즈》(Dog Days)는 이러한 시대적 정서를 정면에서 따뜻하게 마주하며, 반려견을 매개로 사람들이 다시 연결되는 이야기를 담아낸 옴니버스 힐링 드라마다. 윤여정, 유해진, 김윤진, 김서형, 다니엘 헤니 등 화려한 캐스팅과 함께, 서로 다른 인물들이 ‘개’를 통해 겪는 변화와 위로의 과정을 유쾌하고 감동적으로 풀어낸다. 이 영화는 단순한 ‘반려동물 영화’를 넘어, 인간 내면의 상처와 회복을 진심 어린 시선으로 조명한다.1. 줄거리 요약 – 개와 함께, 다시 사람에게로《도그데이즈.. 2025. 4. 17.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리뷰 –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이름 없는 용사들 전쟁 영화는 단지 총성과 전투 장면만을 그리는 장르가 아니다. 때로는 우리가 기억하지 못했던 역사 속 인물들의 삶과 죽음을 되새기며, 오늘의 평화가 어떤 희생 위에 놓여 있는지를 묻는 작업이기도 하다. 2019년 개봉작 《장사리: 잊힌 영웅들》은 그런 면에서 매우 뜻깊은 영화다. 이 영화는 6·25 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을 위해 수행된 장사상륙작전이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772명의 학도병들이 얼마나 무모하고 참혹한 작전에 투입되었는지를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곽경택·김태훈 감독의 공동 연출, 김명민·최민호·김성철·김인권·메간 폭스 등 배우진의 강렬한 열연, 실화 기반의 서사 구조가 어우러진 이 작품은 단순한 전쟁 블록버스터가 아닌, ‘기억과 존중’을 위한 영화로 남는다.1. 실화 기반 줄거리 – 1.. 2025. 4. 17.
기생충 (2019) – 계단 아래, 누구의 냄새인가 《기생충》은 빈곤과 부, 지하와 고지대, 냄새와 향기 같은 이분법 속에서 계급 간의 긴장과 모순을 풍자하는 작품이다. 봉준호 감독은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현대 사회의 불평등이 어떻게 감정, 공간, 인간성을 뒤틀어 놓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낸다.1. 계단이라는 언어: 공간이 말하는 계급의 심리학《기생충》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치는 ‘계단’이다. 기택 가족이 사는 반지하의 창문은 길보다 낮고, 빗물이 들이치는 곳이다. 반면 박사장의 집은 높은 언덕을 올라가야 도달할 수 있는 고지대에 있다. 이 두 공간 사이를 오가는 수직 이동이 바로 영화의 심장이다. 단순한 배경이 아닌, 계급 구조를 시각화한 메타포로 기능한다. 계단은 오르내릴 때마다 인간의 지위를 변환시킨다. 기택 가족이 박사장의 집에 발을 들이기 위해 계.. 2025. 4. 15.
올드보이 (2003) – 복수는 끝이 아니다, 인간이라는 미로의 시작 《올드보이》는 단순한 복수극이 아닌, 인간 내면의 고통과 기억, 죄책감, 존재의 의미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심리 미스터리다. 박찬욱 감독은 스타일과 서사를 넘나들며 고통을 미학으로 전환시키고, 침묵조차 비명을 지르게 만드는 감정의 미로를 정교하게 설계한다.1. 15년의 감금, 파편화된 기억과 정체성의 재구성오대수는 평범한 회사원이다. 그는 갑작스럽게 납치되어 아무 이유도 모른 채 15년간 감금된다. 그 긴 세월 동안 그는 작은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세상을 접하며 살아간다. 아무도 자신의 존재를 모른다는 절망, 이유조차 알 수 없는 감금의 의미는 그의 존재를 서서히 부식시킨다. 《올드보이》는 이 감금이라는 행위를 단순한 복수의 장치가 아닌, 인간 존재의 핵심을 해체하고 재조립하는 공간으로 활용한다.그가 밖으.. 2025. 4.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