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54 기생충 (2019) – 계단 아래, 누구의 냄새인가 《기생충》은 빈곤과 부, 지하와 고지대, 냄새와 향기 같은 이분법 속에서 계급 간의 긴장과 모순을 풍자하는 작품이다. 봉준호 감독은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현대 사회의 불평등이 어떻게 감정, 공간, 인간성을 뒤틀어 놓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낸다.1. 계단이라는 언어: 공간이 말하는 계급의 심리학《기생충》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치는 ‘계단’이다. 기택 가족이 사는 반지하의 창문은 길보다 낮고, 빗물이 들이치는 곳이다. 반면 박사장의 집은 높은 언덕을 올라가야 도달할 수 있는 고지대에 있다. 이 두 공간 사이를 오가는 수직 이동이 바로 영화의 심장이다. 단순한 배경이 아닌, 계급 구조를 시각화한 메타포로 기능한다. 계단은 오르내릴 때마다 인간의 지위를 변환시킨다. 기택 가족이 박사장의 집에 발을 들이기 위해 계.. 2025. 4. 15. 이전 1 ··· 4 5 6 7 8 9 10 ··· 54 다음